<Album> 에피톤 프로젝트 - 마음속의 단어들
드디어 4년만에 신보가 나왔다...!! 14년에 3집을 내놓은 후 2~3년 지나면 앨범을 내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소속사도 바뀌고... 기약이 없는 신보 소식에 많이 아쉬웠다. 그러다 지난 봄에 우연히 나무위키질(....)을 하다 차세정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는데... 뭔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슬며시 기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올해 안에 신보 나오겠구나 하며.. 그리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깊어질 무렵, 소식이 왔다!!! 예약주문 하면 사인본을 받는다길래 잽싸게 신청했다.
그렇게 추석연휴가 지나고 개천절이 지난 후, 음원사이트에 에피톤 프로젝트 신보가 올라왔다. 원래같았음 바로 전곡 재생 했겠지만, 이번엔 앨범으로 직접 듣기 전까지 꾹 참았다. 요즘 뮤지션들 신보가 많아 귀가 즐거웠었기에 큰 무리없이 참아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에 앨범이 발송되었고, 그저께에 앨범이 도착했다!! 마침 그 날 외출한 날이라 밤에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포장지를 뜯으며 외장 DVD롬을 챙기고 노트북 전원을 켰다.
상당히 담백해보이는 앨범.
뒷면엔 트랙리스트. 자 이제 비닐을 벗겨보자.
알고보니 커버가 따로 있었고, 텍스트와 앨범 트랙리스트는 거기 적혀있었다. 그것까지 벗겨내면 얇은 책 느낌이다.
이번 앨범명. 좋다.
그 다음 페이지엔 머리말(?)과 친필 사인이!!
평소 사진찍는 걸 좋아하해서 그런지, 머리말 바로 뒤엔 그가 직접 찍은 사진이 몇 장 있었다.
사진을 보고나면, 가사가.
앨범 CD는 마지막 페이지에 있다.
본격적으로 앨범에 대한 느낌을 말하기 전에 차세정이 직접 쓴 앨범 소개를 읽어보자. 에피톤 프로젝트의 경우, 신보를 낼 때마다 전체 앨범과 각 트랙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적어주는 편이기에 그걸 한 번 읽으면 곡을 듣기 더욱 수월할 것이다. 글이 꽤 긴 편이라 아래에 접어두었다.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Project)' [마음속의 단어들]
서른이 넘고, 처음으로 연락처 정리를 했습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이름들을 꽤나 오래 붙잡고 살았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또 어쩌다보니 헤어졌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떠나면, 늘 그랬듯 무언가 풀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생각과 현실은 달랐습니다.
주변의 뒤엉킨 모든 것들을 풀어내고, 잘라내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마음이 아팠고, 모든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다른 계절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시간 동안 가만히 살폈습니다. 내 마음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언젠가 연약함을 감추려 뾰족하게 굴던 내 마음은, 조금 무뎌졌을까…… 하고 말이죠.
꽤나 긴 꿈속에서
찾아 적은 멜로디들입니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지우고 고쳐 쓴
마음속의 단어들입니다.
곡 소개
01 첫사랑
마음이 한창 지쳐갈 때. 누군가가 제게 ‘처음’ 이란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만들던 ‘처음’의 음악이 아직도 좋다고. 언젠가부터, 처음이라는 마음을 잊고. 다른 것들로 치장하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처음의 마음으로만들어보자 하고 만든 노래입니다. 참 오래 걸려 만들었습니다. [마음속의단어들] 앨범의 첫 곡이자, 타이틀 곡 입니다. 데모 작업 후반부에 만든 노래이고, 전체적인 색깔을 뚜렷하게 상징하는곡이라고 생각합니다.
02 푸르른 날에
이번 앨범에는 유독 ‘보고 싶(었)다’는 문장이 많습니다. 앨범작업을 다 해놓고 찬찬히 보니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내는 앨범이라 그럴지도 모릅니다. 곡을 처음 쓸 때, 아무것도 없는 캔버스에 막연하게 있는 ‘초록’의 이미지를 생각하고 만든 노래입니다. 느린 노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라는 느낌으로 작업했습니다. 드럼-베이스-기타-피아노 구성의 단순한 노래입니다.
03 소나기
[마음속의 단어들] 앨범의출발이 되었던 노래입니다. 여행하며 데모를 서른 곡 가까이 작업했었는데, 데모작업 전반부에 만든 노래입니다. 저는 4도 메이저로 시작하는 노래를 좋아하고, 또 즐겨 쓰는데, 같은 형식의 노래입니다. 곡 제목은 소나기이지만, ‘비 오는 날의 단상’ 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04 어른
언젠가 ‘어른’의 무게에대해서 생각했습니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어른이라는 이름으로어떤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가 생각했고, 그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그렇게 적다 보니 문득 나를 혹은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다들 힘들고, 다들 아픈 마음 감추면서 살고 있다고. 괜찮다고.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고. 그렇게 끝맺음 한 노래입니다. 더불어 이번 앨범에서 가장 경쾌한(!) 노래이기도 합니다.
05 연착
06 reprise
무언가 늦어졌을 때, ‘delayed’ 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단어에서 착안해서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앨범 안에서 가장화려한 곡이고, 또 내용이 긴 노래이기도 합니다. 적지 않은시간 동안 음악을 해오면서,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을 좋아하고, 사랑해주시는분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앨범이 생각보다 조금 오래 걸려 늦어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도착했다고. 늘 항상 고맙다고, 언젠가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보내주시는 마음에 대한, 감사의 답가입니다.
07 이름
우리는 사는 동안 수많은 이름들과 만나고 또 헤어집니다. 이번 앨범의 ‘이름’ 이라는 노래는, 헤어진이름에게 부르는 노래입니다. 독백하듯 부르는 노래인데. 어쩌면방백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곳으로 멀어진. 누군가를 생각하며 읊조리듯 만든 곡입니다. 느리고 단출하며 고요한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08 마음을 널다
실제 작업실에 있는 세탁기 소리(세탁이 끝남을 알리는 신호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데모 때 제목은 ‘laundry’ 라는 노래였습니다. 그래서 빨래나 혹은 세탁기라는제목을 붙일까 고민했는데. 빨래는 이적 선배님의 너무 좋은 곡이 동명으로 있었고, 세탁기라는 제목은 어쩐지 어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고심 끝에 ‘마음을 널다’ 라는 제목으로 지었습니다. 락 밴드 느낌의 곡을 담고 싶었고,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싶었습니다.
09 그대 내게 어떤 사랑이었나
악기 한 대와 목소리로만 이루어지는 곡을, 앨범 작업할 때마다 생각합니다. ‘유채꽃’, ‘환기’ 라는곡이 그랬습니다. ‘그대 내게 어떤 사랑이었나’ 라는 곡역시 나일론 기타와 목소리로 만들었습니다. 작은 방 한 곳에서 부르는,옛날 노래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회상의 노래이고,어느 한 시절에 관한 노래입니다.
10 나무
때때로 어떤 상상을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사물)이 되어본다거나. 하늘이된다거나. 혹은 물 아래로, 잠식한다거나. 곡을 쓸 때면 쓸데없는 생각이 때론 아이디어가 되기도 하는데. 그런류의 공상을 하다가 만든 노래입니다.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많이 담으려했습니다.
11 자장가
아무 소리가 없어야 잘 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 소리라도 있어야잘 자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이 곡은 후자이신 분들을 위해 만든,간단한 피아노 연주곡입니다. 날 것의 느낌을 많이 담으려고 했고, 앨범의 마지막 곡이어서 편안한 느낌을 담으려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처럼, 엷게 허밍도 해봤습니다. 아무쪼록 [마음속의 단어들]이라는 앨범이 평온하고 나긋한 일상 곁에 함께 하기를기도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일단 앨범 열자마자 트랙 순서대로 2번 정주행했고, MP3 추출한 다음 폰에 넣어 반복재생중이다. 지금까지 듣고 느낀 소감을 간략히 적자면..
1. 딱 듣자마자 "아, 에피톤 프로젝트가 돌아왔구나."라고 느꼈다. 딱 에피톤 프로젝트 하면 떠오르는 그 이미지의 노래들.
2. 3집 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어서 기존 팬들이 적응을 못했다면, 이번엔 그 반대라 보면 될 듯.
3. 1번 트랙(첫사랑)도 좋지만, 3번 트랙(소나기)랑 5번 트랙(연착), 8번(마음을 널다), 9번(그대 내게 어떤 사랑이었나) 들이 진짜 좋다. 지금은 수지 뮤비 때문에 타이틀곡이 흥하겠지만, 나중엔 다른 트랙을 더 많이 들을 듯.
4. 2집처럼 앨범 트랙 자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은 아니다. 굳이 순서대로 들을 필요는 없는 듯.
5. 앨범에 사진이랑 간단한 글?이 있는데, 4년간 마음고생 좀 한 모양이다. 가삿말도 좀 그렇고...
6. 9번 트랙은 지난 앨범의 "유서"와 비슷한 느낌이다. 코드가 비슷해서 그런가..
7. 미래는 모르는 거지만, 1집과 2집의 아성은 못 넘더라도 3집보단 사람들이 좀 더 찾아듣지 않을까 싶다.
작년 가을 쯤부터 지금까지 실력파 뮤지션들의 신보가 연이어 나오고 있어 귀가 즐겁다. 이번 앨범은 그 즐거움을 한층 더 해줄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괜찮게 느낀 앨범 트랙들을 올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것도 역시 페이지가 너무 길어 타이틀곡을 제외한 다른 음악들은 접어두었다. 모두 즐감!
오오 수지보소...
에피톤 프로젝트 - 소나기
에피톤 프로젝트 - 연착
에피톤 프로젝트 - 마음을 널다
에피톤 프로젝트 - 그대 내게 어떤 사랑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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