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유시민 - 청춘의 독서
작년 여름, 저자의 '유럽도시기행 1' 독후감 포스팅을 발행했다. 그 글에 여러 댓글이 달렸는데, 그중 한 댓글에 당신께서 '글쓰기 특강'을 재밌게 보셨다면 그 책보단 '표현의 기술'과 '청춘의 독서'가 더 잘 맞으실 거란 답변을 달아드렸다. 물론 저자의 문체를 따져 더 어울릴 법한 책을 추천해 드린 것이지만, 읽어보지도 않은 책을 두고 맞니 안 맞니 하는 말을 쉽게 내뱉은 것 같아 마음이 찝찝했다. 특히 '청춘의 독서'라는 책은 여기저기서 추천만 많이 받았지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기에 읽어야겠다는 다짐만 되뇔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중고서점에 들어갔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내가 모르는 새 책이 나왔나 싶을 정도로 깔끔하고 세련된 표지였다. 뭔가 새 책을 집어 든 기분이었다. 게다가 예전부터 읽고팠던 책이었고, 추후 읽을법한 책도 찾아볼 요량으로 망설임 없이 집으로 가져왔다. 드디어 읽을 때가 왔구나! 1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과 같이 묶일 수 있는 좋은 책에 대한 글 정도로만 추측했다. 좋은 책에 대한 독후감 정도?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독후감의 탈을 쓴 에세이였다. 저자는 독후감의 형식을 빌려 대한민국 사회에 관해 이야기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선 '어떻게 살 것인가'와 결이 비슷했다. 2
다만 '어떻게 살 것인가'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이 있다면 책 전반에서 묻어나오는 분위기.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저자의 문체는 아주 간결, 명확하다. 하지만 내가 그전에 읽었던 다른 책들에 비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은 확실히 덜했다. 저자가 아직까진 정치하고 있을 때 쓴 글이라 그런지 정치인 유시민이 묻어나왔다. 얼핏 보기엔 온화해 보이지만, 그 속에 서슬이 퍼런 날이 아른거리는 듯했다. 3
그래도 이쪽이 저자의 전문 분야라서 그런지 글이 명쾌하고 매끄러웠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글에 나오는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14개의 책 중 필자가 제대로 읽어본 건 '역사란 무엇인가' 뿐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머지 13권의 책도 같이 읽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특히 각 책의 저자에 대한 설명,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 등을 콕 짚어주는데,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4
특히 이 책을 읽고 흥미가 생긴 책을 뽑자면 최인훈의 '광장'. 이 책에 대해 아는 거라곤 수능에서 문학 지문으로 자주 나오는 부분인 '중립국'밖에 없었는데, 저자의 설명을 읽다 보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작년에 읽었던 여행기인 '콜린 더브런 - 시베리아'에서 언급된 책이기도 한데, 설명을 읽어보니 콜린 더브런이 왜 그 책을 언급했는지 이해했고, 나 역시 궁금증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어릴 때 잠시 읽어봤으나 기억엔 없는 '죄와 벌'을 이젠 꼭 읽어보기로 다짐했다.
그 외에, '맹자'는 '신영복 - 담론'에서 봤던 내용을 떠올리며 공자와 맹자가 왜 보수주의자인지 다시금 복기했다. 그리고 '종의 기원'은 내용 자체가 그릇된 방향으로 이용될 여지가 큰 책 중 하나인데, 이번 글을 계기로 그 시각을 조금이나마 고칠 수 있었다.
이제 이 책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만약 저자가 2020년에 비슷한 글을 쓰신다면 과연 어떤 글이 나왔을지 궁금하다. 꽤 다른 분위기의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또 하나, 책을 읽는 내내 속으로 외쳤다. '그래, 이분은 이거지!'. 이건 어디까지나 편견이지만, 내용으로나 문체로나 저자는 이게 잘 어울렸다. 개인적으로 유럽도시기행 1보단 확실히 잘 읽히더라. 마지막 하나, 지금도 독후감을 쓰고 있지만, 나중에 저자와 같은 방식으로 독후감을 써 보고프다. 물론 그러기엔 현재 나의 내공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거 아닌가. 그 전에 일단 차근차근 내공부터 쌓아야지. 5
이 책처럼 저자가 자연스레 묻어나는 글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