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최인훈 - 광장
수능이나 모의고사 국어영역 지문에도 이따금씩 나올 정도로 널리 알려진 '최인훈 - 광장'. 하지만 정작 떠오르는 건 남과 북 모두를 등지고 바다로 뛰어든 주인공과 '중립국'이라는 단락뿐이었다. 그 이상으로 관심 있지도 않았고. 그러다 지난달에 '유시민 - 청춘의 독서'를 읽고 나니 이 책이 완전히 새로 보였고, 한 번 제대로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일단 내용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겠다. 유시민이 언급한 바와 같이 광복 후 6.25 전쟁 전까지의 38선 이북을 담아낸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남한 사회상에 대한 묘사가 우수상이라면 북한 사회상 묘사는 대상감이었다. 남한에 대한 부분도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매체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북쪽에 대한 이야기에선 글에서 생동감이 느껴졌다. 특히 주인공이 아버지에게 울분을 토하는 독백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남과 북의 시대상을 한 면에, 격정적으로 정리한 부분이 아닐까. 1
아마 작가가 함경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몸으로 느낀 거라 그런지 훨씬 신선했고 표현 하나하나가 북한의 폐부를 거침없이 들춰내는 듯했다. '욕망과 ㅅㅅ만 남은 난장판' vs '잿빛 공화국'. 이보다 더 명확하며 균형 잡힌 키워드가 있을까. 앞으로도 머리에 맴돌 듯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부분은 가독성. 사실 처음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책은 90년대 후반에 인쇄된 책이었다. 원래 그 당시에 나온 책들이 상대적으로 글씨가 작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자니 정말 고역이 따로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의 문체가 여러모로 낯설었고.... 결국 흥미가 완전히 떨어졌고, 최신판을 찾아야겠단 생각이 들어 요술램프를 다시 뒤적여서 최신판을 중고로 들여와 다시 읽었다. 2
책장의 레이아웃부터 폰트 크기, 그리고 책 속의 어휘까지... 내겐 확실히 최신판(2010년판)이 읽기 수월했다. 아마 89년판으로 읽으라 했으면 그냥 포기했을 듯.. 문득 약 20여 년의 시간 동안 언어부터 디자인까지 많은 게 바뀌었다는 걸 실감했다.
이래저래 예전에 비해 책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예전처럼 깊이 이해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그래도 당시의 남북을 어렴풋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출근시간을 허투로 흘려보내지 않아서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