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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최인훈 - 광장

Normal One 2020. 3. 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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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이나 모의고사 국어영역 지문에도 이따금씩 나올 정도로 널리 알려진 '최인훈 - 광장'. 하지만 정작 떠오르는 건 남과 북 모두를 등지고 바다로 뛰어든 주인공과 '중립국'이라는 단락뿐이었다. 그 이상으로 관심 있지도 않았고. 그러다 지난달에 '유시민 - 청춘의 독서'를 읽고 나니 이 책이 완전히 새로 보였고, 한 번 제대로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일단 내용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겠다. 유시민이 언급한 바와 같이 광복 후 6.25 전쟁 전까지의 38선 이북을 담아낸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남한 사회상에 대한 묘사가 우수상이라면 북한 사회상 묘사는 대상감이었다. 남한에 대한 부분도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매체[각주:1]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북쪽에 대한 이야기에선 글에서 생동감이 느껴졌다. 특히 주인공이 아버지에게 울분을 토하는 독백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남과 북의 시대상을 한 면에, 격정적으로 정리한 부분이 아닐까.


  아마 작가가 함경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몸으로 느낀 거라 그런지 훨씬 신선했고 표현 하나하나가 북한의 폐부를 거침없이 들춰내는 듯했다. '욕망과 ㅅㅅ만 남은 난장판' vs '잿빛 공화국'. 이보다 더 명확하며 균형 잡힌 키워드가 있을까. 앞으로도 머리에 맴돌 듯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말하고 싶은 부분은 가독성. 사실 처음엔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책은 90년대 후반에 인쇄된 책이었다.[각주:2] 원래 그 당시에 나온 책들이 상대적으로 글씨가 작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자니 정말 고역이 따로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당시의 문체가 여러모로 낯설었고.... 결국 흥미가 완전히 떨어졌고, 최신판을 찾아야겠단 생각이 들어 요술램프를 다시 뒤적여서 최신판을 중고로 들여와 다시 읽었다.


  책장의 레이아웃부터 폰트 크기, 그리고 책 속의 어휘까지... 내겐 확실히 최신판(2010년판)이 읽기 수월했다. 아마 89년판으로 읽으라 했으면 그냥 포기했을 듯.. 문득 약 20여 년의 시간 동안 언어부터 디자인까지 많은 게 바뀌었다는 걸 실감했다.




   이래저래 예전에 비해 책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예전처럼 깊이 이해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그래도 당시의 남북을 어렴풋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출근시간을 허투로 흘려보내지 않아서 뿌듯하다.


  1. 야인시대도 그 중 하나겠지. 고증 여부를 떠나... [본문으로]
  2. 89년판 버전인 듯.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