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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4> Rothenburg ob der Taube - 로텐부르크 거리 풍경 (Unten)

Normal One 2020. 1. 3.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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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광장 한켠에서 가이드북을 꺼냈다. 시계탑과 시청사를 본 후 구글 지도를 켜서 현재 위치와 중세 고문박물관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고 방향감각을 다시 되찾았다. 동쪽 입구에서 걸어와서 광장에 도착했고, 북쪽에 있는 교회로 올라갔다가 다시 서쪽 성벽을 찍은 후 중세고문박물관에 가기 위해 동쪽으로 갔고 지금은 다시 북쪽으로 올라와서 광장에 있으니.. 남은 곳은 남쪽 방면에 있는 구 도심지 쪽이었다. 구글 지도를 켜고, 길을 따라 남쪽으로 쭉 내려가기 시작했....

  ...는데, 머리에 빗방울이 떨어졌고, 이내 옷을 촉촉히 적셨다. 안경이 빗물로 덮여 앞이 안보일 지경에 이르렀고, 급하게 근처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맥주 한 잔 마시며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빗방울이 잦아들었다.

내려가는 중에 하나 샀다. 길 가면서 먹...으려 했으나, 맥주 마시고 나오면서 가게에 두고왔다... 젠장.


맥주, 또 맥주... 여긴 맥주 한 잔만 시켜서 기다리고 있으니 엄~청 눈치주더라 -_-.


  지체없이 거리로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 곳의 이름은 플뢴라인(Plönlein)으로, 왼쪽 갈림길은 지버스 탑으로, 오른쪽 경사 아래엔 코볼첼러 문으로 향한다. 여긴 엽서에도 자주 나올 정도로 로텐부르크를 대표하는 장소인데, 그야말로 로텐부르크의 정수라 할 수 있겠다.


  말그대로 한 눈에 꽂혔다. 이 곳에 대한 사전정보가 거의 없었고, 엽서조차 본 적 없는데도 기시감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건물이나 시대 유물,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라도 감탄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풍경을 보존할 수 있도록 협상을 제의한 존 맥클로이(당시 미국 전쟁부 장관)에게 무한한 감사를!


  잠시동안 이 전경을 눈과 카메라에 담은 후, 왼쪽 길을 따라 지버스 탑을 넘어 남쪽 끝에 있는 슈피탈 문(Spitaltor)을 향해 걸어갔다.



플뢴라인 전경.



지버스 탑의 양면.


슈피탈 문으로 가는 길.

  5분 가량 걸어 슈피탈 문에 도착했다. 여기에 오니 사람도 아무도 없는 게 마치 중세 유적지 느낌이 났다. 지금까지 본 로텐부르크 시가지가 전주 한옥마을이었다면, 여긴 수원 화성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물론 100%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성벽과 나무, 그리고 길. 여기에선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거기엔 잘 보존된 대포가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잠시나마 경비병이 되어 화구 바깥을 슥 훑어봤다. 유럽하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교외풍경이 쭉 이어졌다. 그저 밖으로 쳐다봤을 뿐인데 마치 중세시대에서 현대시대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우리 것을 지키겠다며 시대를 방어하듯..






  측면으로 걸어가니, 좁은 통로가 성벽을 따라 쭉 이어졌다. 그 높이가 딱 건물의 지붕 상단을 지긋이 내려다볼 수 있을 정도였다. 도시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아서 길 따라 쭉 걸어갔다. 건물의 뒷면에는 또 다른 일상이 숨쉬고 있었다. 여러모로 새로웠다. 날씨가 계속 꾸무정하여 거리가 강렬히 빛나진 않았지만, 구름이 꽤나 재밌기도 했고, 은은한 전경을 보는 것 자체로도 나름대로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풍경을 바라보며 성벽 따라 지버스 탑 근처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성벽에서 내려오니 잔디밭 위에 작은 놀이터가 있어 잠깐 쉬다가 탑 쪽으로 다시 들어왔다.





성벽에서 바라본 로텐부르크 전경.

어떤 가정집의 정원.

지버스 탑 근처에 있는 놀이터.


  다시 지버스탑을 지나 이번엔 코볼첼러 문 쪽으로 내려갔다. 문 밖으로 나가니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중세고문박물관 방면으로 바라보는 뷰가 매우 매력적이었다. 부르크 정원에서 바라본 것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이번엔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는 매력이라 해야할까...



지버스 탑에서 코볼첼러 문으로 가는 길.


코볼첼러 문에서. 이 곳 역시 독특한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코볼첼러 문까지 보고 나니 어느새 오후 4시었다. 이 때부터 갑자기 몸이 무거워졌다. 몇 시간 걸었다고 벌써부터 피곤한건지...[각주:1] 이제 가야겠구나. 그래도 그냥 역으로 바로 가긴 아쉬워서 광장을 지나 북쪽에 있는 슈란넬 광장까지 간 다음, 근처 성문 밖으로 나가서 역을 향해 걸어갔다. 역시 분위기 차이가 현저했다..


마지막으로 플뢴라인을 한번 더 담았다.




  역에 도착하니 대략 4시 40분경. 다음 열차 출발까진 제법 시간이 남아 시간도 때우고 몸도 쉴 겸 맥주 한캔 더 마셨다.[각주:2] 역 앞에 카페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래저래 모여 왁자지껄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괜히 행복했다.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기쁨이란..! 심지어 역에 도착하니 하늘마저 다시 화창해졌다. 흐린 풍경도 좋았지만, 내심 1시간만 빨리 개었으면 싶어 아쉽기도.


  이윽고 열차가 왔고, 로텐부르크로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갔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다. 그렇게 독일여행 2일차의 밤도 깊어갔다...


맥주 한 캔 마시며..


돌아가는 열차에서.

돌아가는 열차에서.


그리고 숙소 근처 식당에서 먹은 저녁. 소시지나 맥주보다도 접시를 뒤덮은 야채가 제일 반가웠다. 이래서 야채 먹는구나 싶었다..

  1. 당시엔 잠을 제대로 못 잤나 싶었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이게 바로 시차증(jet lag)이더라... 우즈벡에 갔을 땐 시차가 4시간에 불과하여 딱히 적응할 여지가 없었는데-뜻밖에 아침형 인간이 되었지-, 7시간(섬머타임ㅇ)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본문으로]
  2. 감기기운이 있었던 뉘른베르크를 제외하면 하루에 맥주 4잔씩 마신 듯.... 나중엔 피부가 안좋아지는 게 눈으로 보이더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