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seas/2018 - Deutscheland (via 北京)

<180824> Rothenburg ob der Taube - 로텐부르크 거리 풍경 (Oben)

Normal One 2019. 12. 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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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여행 2일차가 밝았다. 하지만 몸이 영 개운치 못했다. 전날 오후 8시에 잠들어서 새벽 5시에 깼는데도 워낙 오랫동안 안자고 있었던 덕에 피로가 덜 풀린 것이었다. 결국 다시 눈을 붙였고,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완전히 일어났다. 아침밥은 시래기국이었고 꽤 맛있어서 더 먹고 싶었는데, 그날따라 숙소에 사람이 많은 느낌이라 그냥 한 그릇만 먹고 씻었다. 다 씻고선 침대에서 빈둥거리다 열차를 타러 프랑크푸르트 역으로 갔다.


  여기서 말로만 듣던 ICE를 처음 탔다! KTX에 비해 속도가 안나긴 했지만[각주:1].... 독일을 대표하는 열차 답게 확실히 안정적이며 내부가 깔끔했다. 출근시간을 비껴간 아침이어서 앉을 걱정 없이 갈 수 있었지만[각주:2], 그 와중에도 긴장했다. 자칫 졸았다가 역을 지나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로텐부르크로 가는 열차편이 제법 복잡해서 환승을 2번이나 해야했다. 뷔르츠부르크 중앙역 (Wurzburg Hbf.)에서 RB(지역 열차)를 타고 Steinach역까지 간 후 다시 로텐부르크행 열차를 타야한다. 그런데 정작 실제로 역에 가니 환승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워낙 안내가 잘 되어있어서... 역시 실물로 봐야 해. 심지어 Steinach역에서 로텐부르크까진 단선이었다..


  열차를 타는 내내 창 밖을 바라봤는데, 햇살이 가득하던 어제와는 정 반대의 날씨였다. 전반적으로 묵직한 구름이 지평선 위로 내려앉을 듯했다. 그 와중에 파란 하늘이 살짝 보였다가도 이내 구름이 하늘을 막아섰다. 덕분에 기온도 제법 쌀쌀했다. 이게 여름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잔뜩 흐린 날씨.

  로텐부르크 역에서 관광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도보로 1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 성문에 도착하니 머리 위에는 짙은 먹구름이, 저 앞에는 파란 하늘이 힘을 겨루고 있었다. 성벽을 넘어 걸어가는데 빗방울이 뜨다가 햇살이 내려쬐다가... 그제서야 독일 날씨를 조금이나마 실감했다. 서울의 여름과는 전혀 다르구나....

  하지만 변화무쌍한 하늘과는 반대로 입구에 있는 시계탑과 돌로 만들어진 도로는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뛰어넘은 듯했다. 성문 내의 집과 거리 역시 중세 도시하면 연상되는 그 모습이 그대로 펼쳐져있었다. 되레 가끔씩 지나다니는 차들에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로텐부르크 입구 부근의 거리 풍경.

  그렇게 시계탑을 넘어 조금 걸어들어갔는데, 어디부터 가야할지 고민되었다. 정확한 행선지는 안 정했는데.... 일단 시청 광장으로? 아니면 다른 볼만한 게 있나? 근데 일단 밥부터 먼저 먹어야하지 않을가? 때마침 햇살도 좋았고, 점심시간이었으며 햇살도 제법 따스했다. 이왕이면 지금 허기부터 채우고 돌아다니는 게 나아보였다. 가이드북을 펼쳐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았고, 가깝고 평이 괜찮았던 곳을 찾아갔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잡아 메뉴를 봤다. 슈바인학센을 먹자니 그렇게 끌리지 않았고, 슈니첼은 뭔지 몰라서 시킬 생각이 없었고, 대신 눈에 들어온 적당한 가격의 소시지와 (학센보다 더 끌리는!!)생맥 한 잔을 주문했다. 생맥은 명불허전이었고, 소시지도 정말 맛있었다. 소시지 아래에 양배추 절임이 깔려있었다. 그 양배추와의 조합이 환상적이었다. 둘을 함께 먹으니 느끼한 맛 없이 입에 착 달라붙었다!! 양이 다소 모자라긴 했지만 이 정도면 제법 적절하게 잘 먹었다.

  다만, 음식이 나오니 그새 먹구름이 내 머리를 덮쳐서 약간의 빗방울을 조미료 마냥 뿌리고 갔다. 젠장, 오늘따라 날씨가 안 받네... 그리고 밥을 먹는동안 다른 야외테이블에 모두 한국인이 앉았다. 커플 1쌍과 친구 1쌍이 앉았는데, 능-숙한 한국어를 쓰시길래... '당연히' 모른척했다.

가게 이름은 알터 켈러(Alter Keller). 먹다보면 순간 여기가 한국인가 착각할지도 모른다..


점심.


  식당에서 나와 본격적으로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일단 Marktplatz(광장)에 갔다.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그리 많진 않았다. 그러나 건물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비록 하이델베르크의 광장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연신 감탄하며 그 주변을 담기 위해 한참동안 머물렀다.

광장 전경.

매 정시마다 포도주를 원샷하는 누쉬 시장이 숨어있는 관광안내소 건물. 정작 그 모습은 보지 못했다.

시청. 이 앞에 보이는 탑에서 로텐부르크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교회 가는 길에 있던 가게건물.



  시청과 관광안내소 뒷편엔 교회가 있었다. 이름은 성 야곱 교회. 1485년에 완광된 고딕 양식의 루터교회라고 한다. 비록 골목이 좁아 건물을 한 장면에 담긴 힘들었지만, 하이델베르크의 그것 못지않게 크고 웅장했다. 별도로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있는 순례자상과 그 옆에 있는 다른 조각들만 보고 지나갔다. 근데 아마 내부의 조각들을 봤어도 그 의미를 이해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난 교인이 아니니까... 혹시 개신교 신자라면 의미있는 물품들이 많으니 찬찬히 둘러보시길.







  교회를 지나 성벽 쪽으로 쭉 내려갔다. 골목 저편에 녹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벽에 너머로 낮은 언덕과 푸른 나무가 이어져있었다. 고개를 좌측으로 돌리니 나무 너머 로텐부르크 남쪽 방향의 주황색 지붕들이 숲과 대비되면서도 잘 어우러졌다. 성벽 따라 서쪽 저편, 부르크 정원의 끝까지 걸어갈까 하다 체력 소모가 심할 것 같아 여기서 바라보며 만족하기로 했다. 작년에 우즈벡에서 느낀 게 있어서 그런지 너무 무리하긴 싫었다.. 


골목. 가장 햇살이 강했던 시간.


서쪽 성벽 밖 전경.

다시 올라가는 길. 성벽 앞쪽에 공사가 진행중이라 한블럭 돌아갔다.


  성벽 따라 다시 시가지로 돌아와 쭉 걸어갔다. 다음으로 간 곳은 중세 고문 박물관. 말 그대로 중세시대에 집행된 형벌, 특히 고문에 대한 것들을 잔시하고 있었다. 그 유명한 단두대같은 형벌도구를 모두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림으로 형벌을 집행받는 장면까지 세세하게....


  법학적으로 가장 진보한 나라 중 하나인데 그런 곳도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거 보면 옛날엔 정말 인권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었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지금도 상당수 나라에선.... 이런 형벌도구를 보여줌으로써 인권의 소중함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겠지. 혹자는 속시원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 박물관의 주제와 연관있는 공부를 조금이나마 했었기에 전시품들을 조금 더 관심있게 둘러봤다. 단 한가지 아쉬운 건... 여기서 따로 남겨둔 사진이 없다는 것. 딱히 사진 촬영을 금지하진 않지만, 시도때도 없이 플래쉬+셔터음 내는 게 썩 내키지 않아서...[각주:3] 아무튼 그 느낌만 머리에 담았다.


박물관에서 나오니 담벼락 위에서 길냥이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박물관에서 나와 다시 거리를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박물관에서 나오자면서 순간적으로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는 바람에 중앙 광장으로 다시 갔다. 급히 가이드북을 다시 꺼내어 다음 행선지를 생각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 to be continued-


  1. 일부 신설노선을 제외하면 일반 열차와 선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다. 우리나라의 중앙선 청량리-원주 구간 생각하면 된다. [본문으로]
  2. 독일 철도패스 소지자가 ICE를 이용할 경우, 2등석만 입석으로 이용 가능하다. 당연히 좌석을 구매한 사람이 오면 비켜줘야 한다. [본문으로]
  3. 참고로, 미술 전시에선 플래쉬 터뜨리는 것만 아니면 사진 찍는 건 문제없다. 플래쉬 터뜨리거나 정도를 넘어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할 정도로 찍어대는 사람은 제재를 받아야겠지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