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유현준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도시에 익숙하며, 도시가 좋다. 특히 도시의 마천루와 크고 다양한 건축물을 보면 사진을 찍곤 한다. 하지만 거리가(혹은 건물이) 예쁘다고(혹은 지루하다고) 하면서도 그게 왜 그런지 자세히 몰랐다. 왜냐면 도시와 그 건축물에 대해 자세히 몰랐기 때문이다. 관련 책 중 읽어본 거라곤 지난번에 읽었던 '심미안 수업'의 건축 파트가 전부.
그런 와중에 중고서점 책장에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분야의 책이었기에 한 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특히 인문적 시선이란 문구가 날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책 평점도 좋은 편이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했다.
첫 몇 페이지를 읽을 때만 해도 묵직한 문단 덩어리 때문에 읽다 지칠까 걱정했으나 그건 내 기우였다. 중간중간 텍스트에 걸맞은 사진과 삽화가 있어 책장에 꾸준히 시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콘텐츠 자체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워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일단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책에 나온 이야기가 하나하나 재밌었다. 특히 지금까지 막연히 '왜?'라는 의문만 가지고 있던 것들-예를 들어 동양에 목조건물이, 서양에 석조건물이 많은 이유나 호텔과 모텔의 차이 같은 것들-에 대해 답을 얻었다. 원체 어떤 사건(혹은 사물)의 뒷배경을 알아가는 걸 재밌어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게다가 '인문적 시선'이라는 문구에 매우 충실한 책이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에서 봤던 다방면의 지식들이 여기에 한데 모여있었다. 마치 저자가 인문학 책을 정리한 것처럼. 1 괜히 건축에 온갖 학문이 종합되었다고 최재천 교수가 말한 게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역시 역사. 짧은 시간 동안 뜻밖의 역사 강의를 들었다. 프랑스 파리의 도시 구조가 조성된 배경, 할렘가가 '할렘'이 된 이유, 명동과 테헤란로의 조성 배경 등등.. 건축과 역사는 정말 떼려야 뗄 수 없구나. 2
책을 읽고 나니 서울이 다시 보였다. 평소에 서울에서 한강을 제일 좋아하고, 강남보다 강북을 좋아하며 DDP는 별로라 생각했는데 이 책이 내 마음을 명확히 정리했다. 그리고 우리 동네가 다시 보였다. 현재 거주 중인 건물 주변에 작은 놀이터가 2개 있는데, 하나는 항상 사람들로 넘쳐나고, 다른 하나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겠다. 덕분에 도시, 건축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 조금 더 넓히기 위해 저자의 다른 책인 '어디서 살 것인가'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