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최진석 - 탁월한 사유의 시선
요즘 인문학이 대세다. 입문서부터 스테디셀러까지 수많은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 중 하나. 우리 고유의 사상은 없나? 그렇다. 우리나라에 있는 사상의 절대다수는 중국 혹은 서양 사상을 가져온 것이다.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선생님의 이론은 물론이고 실사구시로 유명한 정약용 선생님의 실학조차 성리학을 '보완'한 학문이니. 그리고 수입한 사상들을 내재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을 뿐,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지 않았다. 즉, 우리 실정에 맞는 철학을 생성해낸 적이 없다. 저자는 이러한 세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진짜 '철학'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이 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철학서적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는 철학의 '실천'을 강조하며 수많은 메시지를 던졌다. 머리말부터 마지막 장까지 그의 강직한 기백이 느껴졌다. 들판에서 있는 힘껏 외치며 사람들을 설득한다 해야 할까... 워낙에 던지는 메시지가 많아 머릿속에서 내용이 살짝 꼬인다. 알맹이는 확인했는데 하나하나 개성이 강해 글로 정리가 안된다 해야 하나.. 그럼에도 그가 던진 메시지 몇 가지를 아래에 정리해본다.
- 중국, 일본과 우리나라의 역사를 비교하며 철학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세태를 안타까워한다.
- 철학을 수입한다는 것은 곧 사고가 종속되어 있는 것이며 이런 상태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따라가기만 할 것이다.
- 이를 극복하고 앞서나가기 위해선 '철학적 사고'를 통한 철학적 삶을 살 필요가 있다.
- 철학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고 향유하는 게 아니다. 모든 철학은 세상 속에서 다듬어졌으며, 끊임없이 부딪히는 과정을 거쳐 이론으로 정제된 것이다.
- 그래야 우리가 그토록 추구하는 '창의'가 나오며, '선진'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 '철학적 사고'란? '고차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선 평소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며, 세상을 깊이 관찰하고 그 변화에 예민해야 한다.
- 익숙함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진정한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 철학 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고립은 필연적이다. 그 고립된 상태에 들어갈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그 고독함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일단 평소 내가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을 되돌아봤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정말 치열하게 '생각'해본 시간이 얼마나 될까? 사실 텍스트대로 받아들인 게 상당히 많았는데.. 맥락까지 모두 따져가며 깊이 파고든 건 많지 않더라. 아마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대다수 우리들의 이야기 아닐까 싶다. 우르르 몰려가서 마녀사냥 하는 것만 봐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반성해야지. 일단 나부터 조금 더 중심을 잡으며 집요하게 파고들고 치열히 생각해야겠다.
근데 이 책 말이지.. '철학'에 대한 글이지만, 왠지 모르게 '철학'이란 단어가 자꾸만 '인생'으로 읽혔다. 어느새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과연 나는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고 있을까. 책을 읽다 보니 나의 소심함(나쁘게 말하면 비겁함)이 탄로 나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치 엄한 선생님 앞에서 우물쭈물 대다 호되게 꾸짖음 당하듯이... 내 인생에 대한 먼 미래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도 평소에 인생 여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게 마냥 헛된 일은 아니란 걸 확인한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그 부분만큼은 일말의 용기를 얻었다고 해야하나.. 전혀 예정에 없던 지름으로 인해 뜻밖의 꾸지람과 다독임을 한꺼번에 받았다. 고로.. 지른 보람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