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다 마시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강변도로 따라 걷다가 다리를 건넜다. 다리 건너 5분정도 걸어가니 철학자의 길 표시가 나왔고, 표지판 따라 걸어가니 골목이 시작되었다.
이 곳은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를 중심으로 활약하던 철학자들이 즐겨 찾은 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이곳을 걸어서 산책하다 보면 철학에는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철학가 못지않은 사색에 잠긴다 하여 '철학자의 길'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오, 이 고요한 도로를 걸으며 세상의 이치를 생각했구나.... 는 개뿔!!! 이치고 나발이고 드럽게 더웠다. 더우면 DGget는 게 이치여!!! 시작부터 계속 언덕을 올라갔더니 체력이 벌써 소진됐다. 옷은 이미 땀범벅이 되어 옷에 착 달라붙기 시작했다. 이 땡볕에 드럽게 힘드네(....).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거 무를 순 없었다. 계속 올라갔다. 중간에 물이 다 떨어져서 노점상 할아버지께 물 한 통 샀다. 돈이 아까웠지만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표지판!

계속 사진과 같은 오르막이 이어졌다.

이런 땡볕에!
아 더워..
하지만 전망이 보이는 곳에 가니 지금까지 고생한 모든 걸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고진감래! 이것이 세상의 이치지!!끼워맞추기 하이델베르크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성, 산, 마을, 강 모두 한 눈에 들어와 어우러졌다.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좋은 풍경이..!
풍경을 둘러보는데, 저기 아래에 상당히 낯익은 패션의 여성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단어들. 역시 한국 분이셨다(...). 역시 여기가 유명한 곳이란 걸 느끼며 조용히 지나갔다.
전경을 눈에 담으며 열심히 땀을 식힌 후, 계단 따라 강변으로 내려갔다. 지금까지 올라온 높이를 순식간에 내려가는 길이라 그런지 계단 개수가 상당했다. 오늘같이 더운 날엔 내가 왔던길로 오는 게 그나마 나았겠다 싶더라.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계단을 걸어갔다.
크...! 환상적이다.

철학자의 정원, 그리고 귀에 들리는 한국어.

내려가는 길. 계단도 많고, 전반적으로 경사도가 상당했다.
강변에 도착하니, 아까 입구를 못 찾아 헤맸던 곳에서 약 3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진짜 코앞이었네. 차라리 이렇게 와서 다행이라 해야할까. 저 멀리 빛내림이 이어지는 풍경을 보며 다시 테오도르 다리를 건넜다.

크.. 빛내림!

다시 만난 카를 테오도르 다리.
다리를 건너오니 더 이상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아 버스를 탔다. 마침 다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정류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자전거가 정말 많이 지나가더라. 평소에 자전거를 즐겨타다 보니 조금 유심히 봤는데, 정말 안전했다. 우리나라는 한강 자전거길이 아닌 일반 도로에선 자전거타기 위험한데, 여긴 자전거를 위한 별도의 신호도 있고, 자전거 표시도 있으며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충분히 존중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인프라가 정말 잘 되어있더라.
버스정류장에 도착했고, 버스를 탔다. 정확한 노선을 몰라 기사에게 중앙역에 가냐고 물어봤는데, 이 버스 아니라더라. 대신 이 버스 타고 2정거장 더 가서 환승하라고 말씀하셨다. 친절하게 챙겨주신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중앙역에 갔다. 아침에 샀던 나머지 표 한장이 여기서 빛을 발휘했다. 이거 안 샀으면 어쩔뻔했냐 정말..
열차역에 도착하니 머지않아 프랑크푸르트행 열차가 도착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본격적으로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잠도 못 잤을 뿐더러 시차 적응도 안됐으니..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1시간 내내 졸아가며 하이델베르크 여행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