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hte Liebe

  군산에서 고창까지의 여정은 꽤 길었다. 군산 -> 김제 -> 부안 -> 줄포 -> 흥덕 -> 고창.[각주:1] 이럴거면 직통을 탔어야 했는데.. 다행히 하루동안의 피로가 알게모르게 쌓여있었던지라 자리에 앉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그래서, 부안터미널에 정차하기 전까진 아예 정신을 잃어 고속도로 위에서 잠결을 넘나들었다. 그러다 부안터미널에서 아래로 내려갈 땐 어렴풋이 작년이 떠오르다 또 꿈으로 빠져들고.. 그렇게 이동시간을 잠과 함께 보내다 이윽고 고창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이미 6시 반이 넘은 시간.


  그런데 6월에 접어들어 날이 많이 길어진지라 해는 아직도 쌩쌩한 기색이었고, 이동하는 사이에 기운도 좀 보충되었기에 이대로 여행 첫 날을 마무리하긴 아쉬웠다. 마침 버스에서 고창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다 고창읍성이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확인했던 터라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고창 읍성을 살짝 둘러보고 오기로 결정했다. 물론, 아무리 해가 길어졌다지만 이미 많이 늦은 시간대였기에 큰 기대는 않았지만.


고창읍성 가는 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중. 해에 포커스를 잡으니 주변이 어둡게 나왔다.


그렇게 걸어가서 고창읍성에 도착! 저녁이라 그런가 따로 입장료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오른쪽에는 조각상.

공북루.


  공북루를 통해 들어가니 성벽을 따라가는 길이 옆으로 났는데, 일단 안쪽을 둘러보기 위해 내부로 들어갔다.


공북루에서 바라본 읍성 내부.

옥. 외자로 된 현판을 본 게 처음이라 생소하면서도 뭔가 강렬했다. 뭔가 서릿발 날린다고 해야하나..

관청. 뭔가 소박한 느낌.


마을 한가운데엔 고인돌도 있었다.


작청.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내부만 둘러보고 성벽 밖으로 나가기 뭔가 아쉬웠다. 마침 작청 뒷편으로 성벽으로 나가는 길이 있었길래, 그 길을 따라 성벽 쪽으로 나갔다.


동양루에서.


  일단 성벽을 보자마자 '오우... 탄탄한데!?'라는 느낌부터 받았다. 보통 다른 성벽의 경우 성곽 주변 흙을 다져 길을 만드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성벽을 걷는다는 게 옆 길을 걷는 것이고, 성벽 위로는 못 올라가게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여기는 성벽 자체가 어지간한 길 못지않을 정도로 폭이 넓고 단단하여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여기만큼은 정말 성벽 위를 걸어다니는 게 보통이며 오히려 걸어다닐 것을 장려하고 있었다. 나 역시 성벽에 난 길을따라 걷기 시작했다. 성벽 위에 흙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푹신한 느낌을 받었다.


동치에서 바라본 동양루.


  동치에서 멈춰 왔던 길을 돌아보니 동양루, 읍성 성벽 뒤로 고창 읍내 전경이 펼쳐졌다. 이 날 대기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데다 이미 많이 늦은 시간이었던지라 시야가 탁 트이진 않았지만, 만약 시정거리 좋은 날의 오전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풍경을 볼 수 있을거란 느낌이 왔다.


  마침 옆에서 어떤 사람들이 삼각대를 세워두고 시계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호.. 그러고보니 여기서 야경을 담아도 괜찮겠는데? 아마 조명이 켜지길 기다리는 듯했다. 성벽 풍경을 담는 동안 대화 내용이 자연스레 흘러 들어왔는데, 역시.. 일몰 시간이랑 조명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더라. 순간 집에서 고이 모셔둔 삼각대가 생각났지만, 곧이어 어깨에 잔뜩 짊어진 백팩(....)이 나를 더욱 조여왔고, 이윽고 작년 여름 삼각대와 함께한 내일로여행이 생각났다. 그래, 그건 미친 짓이지(....)[각주:2][각주:3][각주:4]


조금 더 줌을 당겨서 찍어봤다.


그러고 다시 성벽 따라 걷기 시작. 이 오솔길같은 게 성벽이라니..!!


  그렇게 걷는데, 이젠 하늘이 꽤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성벽만 돌기엔 시간여유가 너무 없을 것 같아 다시 읍셩 내부로 들어왔다.



읍성 내 객사.

해가 완전히 넘어가면서, 조명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풍화루.

  그렇게 다시 공북루로 돌아왔는데, 그냥 가긴 아쉬워 아까 그냥 지나쳤던 성벽 쪽 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성벽에 켜진 조명도 볼 겸..

오호... 괜찮은데!? 하지만 이대로 계속 걷기엔 하늘이 너무 어두워졌다. 그래서, 다시 공북루 쪽으로 되돌아왔다.

되돌아오는 중간에 땅에 카메라 놓고 장노출 한 컷. 성벽과 고창읍내 전경을 한번에 담아봤다.물론 원본은 가열차게 기울어졌다. 이 사진은 수평조절을 새로 한 것.


오호.. 밤 되니 전혀 다른 느낌이네!



하늘이 더욱 어두워지면서 조명이 더욱 빛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제 떠나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배도 고프고... 그렇게 성벽 사진을 마지막으로 담은 다음, 고창 읍내로 돌아갔다.


  처음 고창읍성에 갈 때만 하더라도 너무 늦은 시간에 방문한거라 생각했었다. 기대치는 낮았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였던건지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구경하느라 바빴고 그냥 지나친 것도 많고... 하지만 구경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늦은 건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애매한 시간대에 방문한 게 아쉬웠다. 아예 밝을 때 가거나 밤에 조명이 켜졌을 때 가면 더 괜찮았을텐데..


  고창여행 포스팅을 마무리하는 글에서 한번 더 언급하겠지만, 만족스러웠음에도 한 켠엔 아쉬움이 남아버렸다. 아마... 내년이나 내후년에 시간이 된다면 한번 더 오지 않을까 싶다. 그 땐 조금 더 여유롭게 보며 성곽을 한 바퀴 다 돌고 올 생각이다. 성벽 한바퀴 걷고 무병장수해야지 :-P

  1. 잠결에 본 거라 확실하진 않다. [본문으로]
  2. 작년 내일로여행 때 그 삼각대 하나때메 고생한 걸 생각하면..ㅂㄷㅂㄷ [본문으로]
  3. 이 마인드가 도저히 이해안될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한다. 누구라곤 말 안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뉘앙스를 비친 분도 있고. "사진 찍는데 삼각대를 버려!? 기본이 안됐네?" [본문으로]
  4. 하지만 사람마다 가치관과 우선순위는 다른 것 아닌가. 적어도 내 기준엔, 따로 사진을 위한 여행을 다니는 게 아닌 이상 어디까지나 여행이 메인이고 사진은 거들 뿐이다. 물론 내가 사진을 좀 많이 찍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에서 사진 찍는 게 전부는 아니다. 가벼운 삼각대가 있어 들고 다닐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최선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고 무거운 삼각대가 여행다니는 데 방해된다면 앞으로도 삼각대는 집에다 모셔둘 예정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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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에 일희일비하고, 수시로 노래 묻글 올리며, 데쎄랄 들고 싸돌아댕기는 역마쟁이 엄근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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