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830 x 130904 x 150814> 태백, 매봉산 풍력발전소(바람의 언덕) 이야기
무려 3번을 다녀온 곳.
1. 처음 갔던 건 2012년 내일로 여행 때. 내일로 일정 중에 태풍이 온다기에 나름 태풍을 피해 일정을 짰었다. 그래서 여기는 둘째 날 아침에 가서 빨리 둘러보고 나가야겠다 맘먹었다. 그래서 야간열차 타고 새벽에 도착해서 찜질방에 잠시 눈 붙인 뒤, 7시 쯤에 첫 차 타고 언덕에 갔다. 그래도 일찍 가면 날이 아주 나쁘진 않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며. 그런데, 젠장...
배추밭에 도착하자 마자 비가 내리는거다. 그나마 물방울만 살짝 떨어질 때 여기서 사진 찍고, 몇 발자국 더 들어가다 빗방울이 거세지면서 앞이 구름으로 가리길래 계속 있어봐야 아무 의미 없겠다 싶어 내려갔다. 언젠가 기회 되면 다시 오겠다 다짐하며... 도심으로 내려가니 비가 퍼붓더라. 결론적으로 내려가길 잘함. 하지만 추전역에서 비를 뒤집어썼지...
2. 1년 뒤, 좋은 날에 태백을 보기 위해 다시 방문했다. 이번엔 날씨 예보도 아주 좋았고, 가는 내내 날이 맑았다! 그래서 한껏 기대했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야간 열차 타고 가서 찜질방에서 눈 붙이고, 아침에 들뜬 마음으로 언덕에 도착했다. 그런데, 젠장...
9월달에 갔더니, 이미 배추밭은 재배가 거의 끝난 상황. 아뿔싸... 저 맑은 날씨가 아깝다!! 배추가 정말 얼마 안남았더라. 보통 8월 말이 배추 재배시기란 걸 전혀 생각못했다. 그래도 이번엔 날씨라도 좋으니 아쉬운 마음에 바람의 언덕 비석이 있는 곳까지 갔다왔다.
작년에 사진 찍었던 그 구도약간 다르지만. 그나마 여긴 배추가 남아있었다.
비석 근처에 있는 들꽃, 산줄기, 그리고 하늘.
바람의 언덕 팻말.
비석.
딱 여기 찍고 왔던 길로 되돌아서 갔다. 여기서 앞으로 계속 가도 길이 있는데 그 땐 몰랐었다. 어차피 가봐야 흙밭이었겠지만..
그래도 이 땐 날이 맑아서 바람의 언덕을 빼면 괜찮게 다녀왔다. 만항재는 매우 만족스러웠음. 깨끗한 산공기도 맘껏 마시고, 생전 못 보던 들꽃들도 맘껏 보고, 화방재 넘으면서 산타고 태백으로 넘어오면서 건강도 챙기고긍정왕! 그리고 동해로 넘어갔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던 여행. 하지만 바람의 언덕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다음에 언젠간 다시 가는 거....는 아니고, 바람의 언덕만을 위해 여길 또 들리기도 뭣하니 여긴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하자 맘먹었다.
3. 그런데 올 여름, 만 28세까지 내일로 티켓을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열렸다! 그래서 냉큼 내일로 티켓 끊었다. 거기다 8월 14일이 임시공휴일 지정되면서 모든 교통요금이 반값이 되었는데, 마침 내일로 마지막날이 14일이라 반값에! 마침 DSLR도 샀겠거니 해서 이번엔 여기만 딱 보고 오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번엔 또다시 날씨가 말썽이었다. 여행일정 중간에 비 예보가 있었던 것. 더 큰 문제는 올 여름 유난히도 기상청 예보가 자꾸 틀리기 일쑤여서 날씨를 가늠하기 힘들었던 것. 그래서 이번 내일로에선 3박4일로 여행을 다녀온 후 5일차는 집에서 쉬고, 6일차와 7일차는 날씨 봐서 당일치기로 여행하였다.
드디어 내일로 마지막 날, 새벽에 일어나 청량리역에 도착하였고 강릉행 첫 차를 타고 태백으로 갔다. 당일치기가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 몸이 부서지기 직전이었는데도 잠은 한 숨도 안자고 태백으로 가는 내내 하늘만 쳐다봤다. 특히 출발할 땐 날이 꾸무정해서 더 걱정이었다. 그러나 민둥산 역을 지나 사북-고한 쯤 가니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태백역에 내렸을 때의 날씨는 강렬한 햇살과 시원한 산공기가 함께하여 여행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태였다. 다음 버스가 오기 전까지 점심을 먹고, 황지연못을 한 바퀴 돌고 오는 동안 바람의 언덕에서도 지금만 같아라며 간절히 기도했다. 종교도 없는 인간이.
그렇게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입구에 도착하였다. 여태껏 9월초에만 가서 시내버스에서 내리면 직접 걸어갔었는데, 알고보니 7~8월 중에는 무료로 셔틀버스도 운행하더라. 무난히 셔틀버스 타고 언덕에 올라갔다. 올라갔더니...
Wow! 그냥 보자마자 속으로 환호하며 DSLR부터 꺼내들었다. 그래서 버스기사 아저씨가 자기 말 안듣는다고 한 소리 했다. 어차피 버스에서 내려서 찍어도 되는데 뭐가 그리도 급한지.. 버스에서 내리고 약 2시간동안 정말 천천히, 그리고 갈 수 있는 끝까지 돌아다녔다.
성공의 인증샷. 똑같은 장소에서 3번째 사진
햇빛 받은 배춧잎들과 그 뒤의 구름과 파란 하늘. 누구라도 여기 이 풍경을 보면 행복할테다.
비석으로 가는 길의 울타리.
풍력발전기.
구름 윗부분이 햇살에 뜨겁게 달아올라 수증기처럼 올라가는 것 같다.
배추밭.
셔틀버스 정류장의 정 반대편에서. 정말 끝까지 갔다.
드디어 태백의 한을 풀었다. 배추밭을 돌아다니는 내내 감탄하고 왔다! 게다가 타이밍마저 좋았던 게, 구경 끝나고 언덕 아래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오자마자 다시 먹구름이 몰려왔다. 마치 안개가 낀 것 마냥 사방이 뿌옇게 변해버렸다. 지난번에 올렸던 영상이 바로 그것. 그리고 태백터미널에 돌아가니 이내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정말 딱 좋을 타이밍에 다녀온 것. 만약에 조금이라도 빨랐거나 늦었다면 이번과 같은 풍경을 볼 순 없었을 것이다. 가는 내내 고민하고 고민했던 걸 생각하면 정말 적절한 관람이었다.
다음....이 언제가 될 진 모르겠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또 와야지. 특히 여름에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동시에 느끼고플 때 와야겠다.
지난 두물머리 글이 블로그 첫 여행기 포스팅이었다면, 이 글은 블로그를 쓰기 전에 이미 인스타그램을 통해 기록으로 남겨뒀었던 글이었다. 물론 인스타그램의 특성상 지금처럼 긴 글을 남기진 못했고, 그 미약한 글 마저도 계정 정리하면서 지워버렸지만...예전 계정에다 작성했었다. 그래서 블로그가 생긴다면 반드시 제대로 쓰고 싶었던 글이었다. 그리고 바람의 언덕같은 장소에서 찍은 3장의 사진 덕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구도로 사진 찍는 버릇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블로그에 여행기를 포스팅할 때 지금처럼 한 관광지를 한 곳에 뭉쳐서 쓰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또한, 여기서 찍은 사진 중에 맘에 드는 사진이 몇 있어서 사진도 새로이 정리하고 싶었다. 두물머리 포스팅을 리뉴얼할 때도 말했지만, 스킨을 자주 바꾸는 과정에서 가로폭이 작은 스킨을 몇 번 사용했었고, 당시만 하더라도 가로폭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터라 막 올렸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올린 사진들은 모두 잘근잘근 깨진 상태(.......)예를 들어, #1 스킨의 경우 기본 가로폭이 820px... 이걸 1200px로 늘리면 사진이 급격히 희미해진다(...)
무엇보다 두물머리 포스팅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도 더! 애착이 가는 글이기 때문에, 두물머리 포스팅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진을 갱신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 문단에 몇 글자를 추가했다. 그리고 글 작성 날짜는 지금으로 되돌렸고. 두물머리 때도 말했지만, 사골국 마냥 우려먹는다고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시길..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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